'마이웨이' 김혜자 "18년 전 사별한 남편, 난꽃 같은 사람이었다" -2016. 6. 20
배우 김혜자가 18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털어놨습니다.
6월 19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김혜자의 인생사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소개됐다.
이날 방송에는 1998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혜자의 남편 임종찬씨의 이야기도 담겼다. 김혜자는 남편의 이야기가 나오자 "매력 있게 생겼었다. 여자로 치면 정말 청초한 사람 있지 않냐? 그랬다.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고 난꽃 같은 사람이었다.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말했답니다.
이어 아들 임현식씨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너무 예뻐하셨다. 아버지가 평소 '사나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안된다. 죽기 전에 평생 당신을 사랑했소라고 한 마디를 해야한다'고 하셨는데, 아버지는 그 말을 못하셨다. 그래도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은 항상 그랬다. 돌아가신 뒤에 어머니가 아버지를 많이 찾는다. 안계시니까 사랑받았다는 것을 정말로 더 느끼시는 것 같다"고 얘기를 덧붙였답니다.
‘생에 감사해’ 출간한 김혜자의 연기 인생 - 2022. 12. 26.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 김혜자. 김혜자는 지난 60년간 수많은 배역으로 살며 삶의 모순과 고통, 환희와 기쁨을 전했다. 배역을 맡으면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만 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수십, 수백 번 몸부림치면서 연기했답니다.
죽기 살기로 하면 그 뒤는 신이 책임져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연기 잘한다는 평가를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며 몰입했다. 언제나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배우이지만 그녀의 삶 이면에는 그토록 치열한 시간과 감사의 기도가 함께했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여기는 배우, 작품을 선택할 때 비록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그 사이에 바늘귀만 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배우, 자신은 죽음을 생각하지만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만을 선택하는 배우였답니다.
김혜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중·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부터 배우를 꿈꾸었으며 안소니 퀸이 주연한 영화 ‘길’을 본 후 젤소미나 같은 역을 마음에 품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62년 KBS 공채 탤런트 1기에 합격했으나 자신의 연기에 실망해 이내 그만두고, 도망치듯 떠나 결혼해 첫아이를 낳고 육아에 마음을 쏟았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갈망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27세에 연극으로 다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의 대표적인 극단 ‘실험극장’에서 연기의 기본부터 다시 배웠으며, 열망에 훈련을 더한 시기를 거쳐 ‘민중극장’, ‘자유극장’ 등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면서 ‘연극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답니다.
1969년 개국한 MBC에 스카우트되어 본격적으로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수많은 배역으로 살아왔다. ‘전원일기’ ‘모래성’ ‘겨울 안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뭐길래’ ‘엄마의 바다’ ‘여’ ‘그대 그리고 나’ ‘장미와 콩나물’ ‘엄마가 뿔났다’ ‘청담동 살아요’ ‘디어 마이 프렌즈’ ‘눈이 부시게’ ‘우리들의 블루스’ 등 10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연극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 ‘19 그리고 80’ ‘셜리 발렌타인’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등의 주인공 역을 했으며, 영화로는 ‘만추’ ‘마요네즈’ ‘마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있답니다.
김혜자는 작품을 선택할 때는 비록 현실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그 사이에서 바늘귀만 한 희망의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연기를 하는 동안 살아 있음을 느꼈고, 동시에 보는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1966년 제2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연기상을 시작으로 MBC 연기대상, KBS 연기대상, 마닐라 국제영화제, 부일영화상, LA 비평가협회상 등에서 수차례 수상했으며,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 4차례, 여자최우수연기상 4차례를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답니다.
많은 후배 배우들이 ‘김혜자 같은 배우’를 목표로 삼지만 김혜자는 스스로에게 박한 평가를 내린다. 서툴고 모자란 사람, 부족했기 때문에 열심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 연기에만 완벽주의자였고 엄마와 아내로서는 낙제점인 사람, 용서하기보다는 용서를 구해야 하는 사람. 작품에 들어갔을 때 모든 힘을 쏟아붓고 나머지 시간은 껍데기만 남은 매미 허물처럼 존재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도 많다.
그렇지만, 그녀를 지탱하는 것은 감사의 힘이다. 스스로를 잊고 몰입할 수 있음에, 대본을 외울 기억력이 있음에, 매번 살아야 할 이유가 되는 작품이 자신 앞에 놓여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신이 자신을 살게 하는 이유를 헤아리며 ‘하루하루를 죽이는 삶을 살지 않겠다.’ 다짐한답니다.
‘생에 감사해’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또한 연기 활동 외에는 은둔주의자여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국민 배우의 내밀한 고백이자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한 깊고 풍부한 성찰이다. 김혜자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글을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김혜자는 역시 김혜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뭉클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