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대부도 바닷가 아일랜드 리조트에는 클럽하우스와 함께 손님들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건물이 한 채 서 있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아일랜드교회'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인 재일교포 2세 이타미 준(1937∼2011,한국명 유동룡)의 작품인 이 교회는 '빛과 물의 교회'라는 별칭처럼 교회 건물을 둘러싼 수면 위로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내부조명이 반사돼 아름답게 일렁인다. 교회 안에 들어서면 주위 수면과 바다 풍경이 낮은 창을 통해 교회 내부로 들어온다. 목재로 된 교회내부는 따뜻하고 경건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감싸준답니다.
서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리조트내 최고의 명당자리에 교회를 세운 권오영(59·사진) 아일랜드리조트 대표를 3일 만났다.
"이타미 준이 설계한 홋카이도의 처치오브스톤과 제주도 방주교회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주님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그에게 설계를 의뢰했지요"
골프장과 빌리지를 갖춘 리조트의 중심에 교회를 세운 그는 8남4녀 가운데 막내로, 어려서부터 누나 형들과 함께 교회에 다니면서 신앙을 갖게 됐다. 하지만 사업가로 성공과 좌절을 번갈아 맛보면서 여러차례 고비와 위기도 겪었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잠깐 직장생활을 한 그는 레미콘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90년대 초반 신도시 개발 붐이 일면서 큰돈을 벌었답니다.
"자고 일어나면 돈이 쌓일 정도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큰 집을 짓고 돈도 펑펑 썼습니다. 하지만 재물에 취해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걸 몰랐지요"
교만과 욕심은 끝내 화를 불렀다.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왔고 검찰 조사도 받았다. 아내는 자식들과 함께 미국행을 선택했고, 권 대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기러기 아빠'가 됐다. 박세리를 보고 자란 두 아들은 플로리다의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를 마치고 프로골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생활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꿈이 자라났다. 한국에 세계적인 리조트를 짓고 펜실베니아주 랭카스터에 있는 밀레니엄 극장과 같은 성극 공연장을 세우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사이트앤사운드 극단이 운영하는 밀레니엄 극장은 '기독교의 브로드웨이'라 불릴 정도로 크리스천 뮤지컬의 본산 역할을 해온 곳이다. 이 극단은 30년 전부터 성경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복음을 전파해왔으며 지금까지 1억명 가까운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랭카스터를 찾았다.
마침 그에게는 90년대 레미콘 사업을 할 때 사두었던 대부도 땅이 있었다. 8년전 대부도 허허벌판에서 예배를 드리고 리조트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대기업과 법적 분쟁에 휘말려 검찰에서 6개월간 조사까지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선고를 받았습니다.
"대기업과 분쟁이 붙었을 때 주위 모든 사람들이 승산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런 연줄도 배경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무죄를 알아주시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고 마침내 이겨냈습니다."
고난 끝에 순풍을 만났다. 경기도는 대부도를 해양관관도시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고, 한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화성에 건축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시화방조제 옆 300만평 부지에는 테크노밸리도 들어선다. 아일랜드 리조트가 세계적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들이 하나둘씩 갖춰지고 있는 셈이랍니다.
"극도의 고난은 곧 하나님의 축복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니까요. 8년의 고난 끝에 온전하게 하나님 앞에 엎드려 순종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권 대표는 당초 구상대로 리조트 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성극장을 건립하기 위해 아일랜드 재단을 설립하고, 토지 3만여평을 기부했다. 리조트 내 18층 규모로 추진중인 휴양빌리지 건축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6000석 규모의 멀티플렉스 극장을 지을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입지조건을 충분히 활용하면 세계적 관광명소이자, 문화 선교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