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일호의 가방 속에는?
-2024. 4. 13
배일호씨는 언론사에 들어서면서 20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과거 언론사 건물 내에 있던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을 방문했던 일이다. 히트곡 ‘신토불이’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 그는 산케이신문 구로다 가쓰히로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구로다 기자가 인터뷰 도중 ‘신토불이라는 표현이 본래 일본 것이라는 걸 알고 있냐’고 묻더라고요. ‘무슨 말이냐. 우리나라 허준 선생님이 쓴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말’이라며 인터뷰 중 설전을 벌였던 기억이 정말로 나네요.”라고 전했습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사람의 몸과 그 몸이 태어난 땅은 둘로 나눌 수 없다는 뜻이다. 즉 모든 존재가 동등하다는 의미가 담긴 불교 용어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동의보감>에는 ‘사람의 살은 땅의 흙과 같다’는 구절이 있다. 신토불이가 일본 것이라는 주장은 “일본 덕에 한국이 잘 살게 됐다”는 말만큼이나 허황된 구로다 기자의 또 다른 망언이었다.
배일호씨는 벼농사를 짓던 농부였다. 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나간 군산 지역 방송국 서해방송의 ‘가수왕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한 후 가수로 데뷔했으나 오랜 시간 무명에 머물렀다. 그를 행사의 왕으로 등극시킨 ‘신토불이’는 그가 어느 날 농협 달력에 조그맣게 쓰여 있는 ‘신토불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뒤 가사를 붙여 만들었다. 1990년대 초반 다자간 무역협정인 우루과이 라운드가 체결되고 수입 농산물이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토불이’는 농민에게는 시름을 위로하는 응원곡이었고, 대중에게는 ‘우리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는 캠페인송이 됐다. 배씨는 지역 특산물 축제의 주요 무대를 독차지했습니다.
본격적인 행사철이면 그는 서울에서 대전과 부산 그리고 광주와 익산을 ‘찍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빽빽한 일정을 당일에 소화하곤 했다. 하루 1000㎞씩 달리다 보니 아무리 새 차라도 3년 이상 타지 못했다. 10년간 비행기를 탄 횟수만 1600번이 넘는다. 하루에도 여러 축제 무대에 서다 보니 지명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울진 대게축제 무대에 올라 앞서 방문한 영덕 축제와 혼동해 ‘영덕 대게’를 외치기도 했다.